풍수칼럼

[박성대 교수의 풍수썰전] 부동산과 풍수, 땅은 제 스스로의 용도가 있다

최고관리자 0 908 2023.09.14 11:57

 

주거·휴양·수양…터마다 특성 알고 건축할 때 알맞게 활용해야

 

부동산 법률은 우리 국토의 모든 땅에 대해 각각의 용도를 분류해 놓았다. 도시·관리·농림·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하고, 도시 지역은 다시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세분하고 있다. 개인 사유지라도 무분별한 개발과 훼손을 막아 국토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서다.
이때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문제는 인간이 주체인 법률에서 정작 인간이 소외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각종 토지 관련 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사업성(돈)’이다. 물론 ‘인간’에 대한 고려가 한발씩 보태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각종 개발 사업에서 ‘경제’가 최우선 기준임에 따라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개발행위의 대상자인 ‘땅’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 공간학인 풍수는 땅이 제 스스로의 용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이에 이번 회는 ‘양택(陽宅)’의 대상이 되는 개별 토지의 특성에 대해 살펴본다.

땅은 제 스스로의 용도가 있다. 구체적으로 땅은 주거를 위한 터, 휴양(힐링)을 위한 터, 수양(구도)를 위한 터가 각각 따로 있다.
먼저 ‘주거를 위한 터’다. 주거용 터는 전통마을의 종택이나 고택의 위치를 생각하면 쉽게 연상된다. 종택(고택)은 산이 끝나고 평지가 시작되는 지점에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자리한다. 또 부드러운 산줄기들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든다.
풍수적 격이 한층 높은 종택은 산줄기가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규칙적인 활동을 하며 이어져 온다. 그리고 집 뒤에서 작은 봉우리(현무)를 일으키고 좌우로 양팔(청룡백호)을 벌려 집터를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이러면 인물이 난다.
그리고 물이 집터를 향해 구불구불하게 흘러들어오거나 좌우로 유정(有情)하게 감싸고돈다. 때로 집 근처에 자연 연못이나 저수지도 있다. 이러면 재물이 모여 부자가 난다.

다음은 ‘휴양(힐링)을 위한 터’다. 대표적으로 ‘정자’ 건축이 있다. 정자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대표적인 유식(遊息) 건축물이다. 학문을 탐구하다가 잠시 휴식하며 즐기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풍수의 관점에서 정자 터는 전형적인 흉지(凶地)다. 그래서 풍수인들 조차 정자 입지를 해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일반적인 풍수 관점으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풍수에서는 산이 사방으로 감싸고돌아 바람이 적고(藏風), 물이 구불구불하게 흘러야(得水) 좋은 땅으로 친다. 그런데 정자는 거의가 바위 절벽 위에 세워져 있거나, 아니면 반대로 깊숙한 골짜기 속에 자리해 있다. 아예 바람 맞고 물이 치고 들어와 풍살(風殺)과 수살(水殺)을 받는 터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풍수를 기본 교양 수준으로 습득하고 또 이를 실생활에 활용했다. 그런 유학자들이 왜 바람 맞고 물이 치는 자리에 정자를 짓고 생활했을까? 그것은 건립 목적에 따라 터의 특성을 가려 건축한 선조들의 풍수관(風水觀)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유학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던 종택(고택)은 오랜 세월 대대손손 살아가는 자리다. 그래서 뒤의 내룡이 좋아야 인물을 배출하고, 앞의 물이 좋아야 재물을 모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동안 일상생활을 위한 풍수적 적합한 자리에 종택(고택)을 짓고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정자의 건립 목적은 종택(고택)과 다르다. 정자는 시를 짓고 잠시 즐기며 휴식하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그래서 바위 절벽 위 경치 좋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풍광을 즐기며, 아니면 물과 인접한 계곡에 자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자는 그 건립 목적인 유식(즐기며 휴식)에 걸맞은 풍수적 적지(適地)에 자리한 것이다. 각 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활용한 우리 선조들의 공간적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땅의 특성에 대한 이해는 현대 건축의 입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자 입지인 높은 바위 절벽 위 풍광 좋은 곳은 호텔(리조트)이나 연구소 부지로 적합하다. 실제로 전국의 호텔, 리조트, 연구소 등이 그런 입지에 자리한 사례가 더러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재충전을 위해 단기간 머무르는 곳이다. 그래서 정자 입지의 강기(强氣)와 동적(動的)인 기운을 통해 재충전이 가능하다. 연구소 또한 정자 입지에 적합하다. 적당한 높이의 바위 절벽 위 풍광 좋은 곳은 인간의 창의력을 높여준다.

 

16a1153e6122bc6b0f2a59ebbe76fc89_1694660381_5339.jpg

땅의 특성에 맞게 자리한 정동진 썬크루즈 리조트(출처 강릉시청)

 

반대로 정자 입지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 시설이 있다. 바로 ‘요양병원’이다. 전국에는 ‘힐링(healing)’의 유행에 맞추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요양시설을 짓고 홍보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더러는 땅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요양 시설이 정자 입지에 자리한 곳도 있다.
이 경우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현대의 힐링(휴양) 개념에 맞게 재충전의 장소가 되지만, 늙고 병든 환자에게는 자칫 득보다 해가 될 수 있다. 오히려 환자에게는 종택(고택) 입지의 풍수적 특성인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하고 정적(靜的)인 곳이 어울린다.
 

풍수의 관점에서 ‘수양(구도)의 터’도 따로 있다. 이런 터의 지형적 특성은 주위에 강한 암반이 둘러싸고 있어 강기(剛氣)를 뿜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의 거주지로 적합하지 않으며, 종교인의 심신수양과 구도의 터로서 적합하다.
주의할 것은 암반이 받치고 있는 강기의 터라 해서 모두 구도의 터로서 적합한 것은 아니다. 이런 터도 정제된 강기의 터가 있고, 살기(殺氣)를 지닌 강기의 터도 있다.
강기이되 정제된 기운을 발산하는 터의 지형적 특성은 터 뒤의 암반이 앞에서 설명한 양택의 현무와 청룡백호처럼 개면(開面)한 형태를 보인다. 터 뒤에서 조그만 봉우리를 일으키고 좌우 산줄기를 유정하게 벌려 감싸주는 것이다.
반면 살기를 지닌 강기의 터는 뒤의 암반이 터를 향해 그대로 직충(直衝)한다. 이럴 경우 강하고 거친 살기에 자칫 사람이 흉화(凶禍)를 당할 수 있다.

 

 

16a1153e6122bc6b0f2a59ebbe76fc89_1694660422_1132.jpg 

정제된 강기의 터로서 참선과 구도의 터로 적절하며, 일반인의 힐링 장소로도 적절하다.

 

16a1153e6122bc6b0f2a59ebbe76fc89_1694660470_6903.jpg 

살기를 지닌 강기의 터로서, 그 기운을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터다.

 

아직도 풍수는 ‘혹세무민하는 미신’의 눈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풍수에는 ‘조상 묏자리 발복’ 이상의 다양한 공간적 지혜가 포함되어 있다. 그중 땅의 특성을 알고 이에 걸맞게 활용했던 지혜는 오늘날의 생태적 도시계획이나 건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a1153e6122bc6b0f2a59ebbe76fc89_1694660497_2443.jpg

 

박성대 대구가톨릭대 지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풍수 전공

 

 

북마크공유하기기능 더보기


Category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