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칼럼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풍수 썰전] 2. 관동 제일의 고택 '강릉 선교장'

최고관리자 0 1,870 2022.02.05 12:30










  • [풍수 썰전] 2. 관동 제일의 고택 '강릉 선교장'
           

  •  박성대 대가대 지리학과 대학원 겸임교수·풍수 전공
  •                                           지면게재일 2022년 02월 03일 목요일 13면 


송림속 사라진 족제비들이 알려준 '진퇴양수' 부자의 터
효령대군 11세손 이내번이 처음 터 잡은 '선교장'
경포천·위촌천 등 앞뒤로 귀한 물 들어오는 자리
경포호수·저류지가 마당 곳간 꼭 잠그는 '자물쇠'
백두대간 산줄기 이어진 안채주옥 터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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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 터, 족제비가 잡아주다

예로부터 터를 잡는데 동물이 등장하는 설화는 많다. 부석사나 봉정사와 같은 큰 터를 잡을 때는 등장하는 동물 또한 용이나 봉황 같은 상상 속의 큰 동물이다. 때로는 매(영양 주실마을)가 등장하고, 사냥꾼에 쫓기던 사슴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묘 터를 잡아주기도 했다.

관동 제일의 고택으로 꼽히는 선교장(船橋莊·강릉시 운정동 431)은 특이하게 족제비가 등장한다.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사람은 효령대군 11세손 이내번(李乃番·1703~1781)이다. 그가 충주에서 강릉으로 옮겨와 최초로 자리 잡은 곳은 경포대 주변이었다. 가세가 늘어 넓은 집터를 찾고 있던 어느 날, 족제비가 떼를 이루어 울창한 송림 속으로 사라졌다. 무언가에 홀린 듯 따라가 보니 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윽고 그 터를 잡기에 이르렀고 가세는 더욱 늘어나 관동지역에서 보기 드문 만석꾼이 되었다.c9d5bdffa778d8eb7637634013961d62_1644031587_8792.jpg

△선교장, 앞뒤로 물이 들어오는 진퇴양수의 터

이내번이 선교장에 터를 잡은 후 부(富)를 이루고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는 풍수적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물(水)이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이다. 단 물이라고 다 재물이 모이는 것은 아니다. 물의 여러 조건에 따라 재물이 모이기도 하고 재물이 한순간에 빠져 나가버리기도 한다.

재물이 모이는 최고의 물은 터 앞으로 구불구불하게 들어오는 물이다. 반대로 앞으로 곧장 빠져나가는 물은 하루아침에 재물이 달아나는 물이다. 선교장은 앞(남쪽)에서 여러 골짜기의 물이 터를 향해 구불구불하게 흘러들어온다. 이 경우 속발의 부(富)가 기약된다.

이 정도론 부족한지 뒤에도 물이 있다. 시루봉을 중심으로 여러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선교장을 향해 들어온다. 뒤에서 물이 흘러들어오는 곳은 드물다. 그만큼 귀한 물이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기운이 나를 돕는 형국이다. 결국 선교장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이 아닌 앞뒤로 귀한 물이 들어오는 진퇴양수(進退兩水)의 터다.

그런데 재물은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 흔히 ‘삼대 부자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곳은 경포천과 위촌천이 흘러와 선교장 앞에서 모인 다음 동해로 빠져나간다. 이때 경포호를 비롯한 습지와 저류지가 물 빠짐을 단속하고 있다. 모인 재물이 허투루 빠져나가지 않도록 자물쇠로 곳간을 꼭 잠그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는 앞의 경작지도 경포호수에 다 잠겨있었다고 하니, 지금보다 더 큰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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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주옥, 선교장의 풍수적 혈(穴)

이제 선교장 안으로 들어가 보자. 매표소 앞에서 보면, 나지막한 산줄기가 선교장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풍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배산임수 명당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들이 세 개의 구역(A·B·C)으로 나뉘어 있다.

그중 풍수 점수가 가장 높은 구역은 안채주옥이 있는 A구역이다. 안채주옥이 선교장의 풍수적 혈(穴)이란 말이다. 백두대간의 곤신봉(1,135m)을 출발한 산줄기가 수많은 봉우리를 일으키며 달려와 안채주옥으로 정확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내번이 안채주옥 터가 길지(吉地)임을 알아보고 최초의 건물터로 낙점할 때, 그것이 만석꾼 부의 출발점이 될 풍수적 ‘신의 한 수’임을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안채주옥 뒤편은 아담한 산줄기를 잇대고 있는데, 이것이 백두대간에서 이어온 산의 정기가 안채주옥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모습이다. 현장 풍수에 익숙한 사람이면 산줄기가 바로 밀고 들어오지 않고 마지막 봉우리(入首)가 포근하게 좌우로 팔을 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더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안채주옥이 옹골찬 현무봉 품에 포근히 안겨 있다. 현무봉에서 계속 뻗어 나간 산줄기는 청룡과 외청룡이 되어 안채 영역을 이중으로 감싸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백호와 외청룡 사이에는 큰 연못을 파고 활래정을 지어 놓았다. 경포호수와 저류지가 마당의 곳간을 잠그는 자물쇠라면, 두 능선은 안방 안의 금고 자물쇠요 연못과 활래정은 안방 바깥을 지키는 마당쇠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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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장 둘레길, 심신 안정을 위한 치유의 길

힐링(healing)이 대세다. 각종 매스컴에서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 점에서 선교장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치유할 수 있는 힐링 장소(healing place)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부자 기운을 넣어주고, 심신이 지친 사람에게는 안정되고 포근한 기운을 불어넣는 치유의 터다.

마침 풍수의 의미에 맞게 청룡길 백호길 이름을 붙여 둘레길도 만들어 놓았다. 요즘 맨발 걷기가 핫하다. 안채주옥 마루에 걸터앉아 부자 기운도 받고, 잘 조성된 둘레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치유의 기운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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